씨간장과 장독대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장(醬)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저희 김언정 협회장께서 한국농업신문에 “2022년 장담그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제언”을 기고하여 실렸습니다.

컴럼 원고 본문은 아래 갈무리한 기사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이하 한국농업신문 2022년 1월 25일자 컬럼 —씨간장과 장독대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장(醬)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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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정 협회장

 유네스코(UNESCO)에서는 문화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기 위해서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을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필두로 ‘판소리’, ‘남사당놀이’, ‘아리랑’, ‘제주해녀문화’ 및 ‘김장(김치)’에 이르기까지 총 21개의 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3위의 무형문화유산 보유국가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 장(醬) 문화’를 선정한 바 있다. ‘장(醬)’은 한국 음식의 맛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서, 이러한 장을 담그고 나누는 문화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문화사적 가치가 큰 무형자산으로 유네스코의 무형유산협약에 명시된 등재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우리의 ‘장 담그기’는 고대부터 오랫동안 장을 담가 먹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장과 연관된 조리법이 (장담그기와 장가르기, 장나누기 등을 포함한) 한국의 주거문화, 세시풍속, 기복신앙, 전통과학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는 점, 세대 간 전승에 의해 모든 한국인들이 직간접적으로 대대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등이 유네스코의 무형유산의 등재 기준인 “공동체, 집단 및 개인들이 그들의 문화유산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실행, 표출, 표현, 지식 및 기술”에 부합하고 있다.

즉 우리의 ‘장 담그기’는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담그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의 과정이 계절이나 기후, 용도에 따라 매우 다양하면서도 체계적인 방법으로 구전과 문헌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일본과 구별되는 독특한 장 문화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메주를 띄워 된장과 간장, 두 가지의 장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점, 대대로 내려오는 맛이 좋고 깊은 풍미의 씨간장에 햇간장을 더해 만드는 덧장이자 겹장의 형식을 거친다는 점 등은 한국의 장 담그기만이 가진 독창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씨간장은 ‘씨앗이 되는 간장’이라는 뜻이 의미하듯 그 집안 특유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있는 최고의 이전 간장이다.

집안의 종부들이 대대로 장맛이 이어지도록 작은 항아리에 따로 보관하고 때로는 별도의 담을 두르고 대문에 빗장까지 걸어 두기까지 하면서 지켜 온 ‘씨앗 장독’에 담긴 ‘한 가문의 맛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맛이 좋은 씨간장을 올해 간장에 섞음으로서 올해 간장맛을 더 맛있고 깊은 향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 만의 간장의 특별한 맛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또한 우리의 ‘장 담그기’는 단순히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내는 조리과정에 그치지 않고 세시 풍속과 기복신앙, 전통 과학의 요소들이 모두 어우러진 경이로운 문화이기도 하다. 우선 장을 담기 전에 장독을 고르는 것부터 그 방법과 의미가 세세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즉, 항아리는 7~8월에 완성된 것으로 엎어 놓고 그 속에서 짚을 그슬려 태워 항아리 주위에서 연기가 새는 가의 여부를 보아 검사하여서 만일 구멍이 발견되면 장독을 데워 끓는 기름을 들이 붓고 항아리를 굴려 구멍이 메운 후 끓는 물을 여러 번 장독에 부어 씻은 후 냉수를 가득 채워 수일간 우려낸 후 사용했다.

장을 담그는 날을 택할 때에도 세시와 토속 신앙에 근거해서 택일하는 풍습도 전해져 오고 있다. 장을 담그는 재료를 고르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보면 “물은 감천(甘泉)이나 강심(江心)의 물을 큰 솥에 받아 백비(白沸) 하고 여기에 소금을 녹여서 식으면 받쳐서 침장에 쓴다.”라고 되어 있고 장 담그는 소금은 으슥한 창고 안에 보관하되 남풍(南風)을 피해 수개월 쌓아 두어 소금물이 빠져나간 것을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장은 발효와 숙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므로 장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담그는 법에 못지않게 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예로부터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는 장 항아리에 종이로 버선본을 오려 거꾸로 붙이고 외새끼(외사내끼, 왼쪽 방향으로 꼰 새끼)를 꼬아 금줄(禁줄)을 쳤고, 여기에 숯, 고추, 솔잎을 끼워 매단다. 항아리에 친 금줄은 담근 장에 끼일지 모르는 부정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장맛이 솔잎처럼 변치마라는 의미이며, 숯과 같이 검고, 고추처럼 붉게 하여 악귀와 부정을 막기 위한 벽사(僻邪)물이며. 버선은 장맛이 변했더라도 되돌아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토속 신앙적인 의미도 있지만 전통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외새끼는 그 꼬임 방향 때문에 벌레나 구더기들이 항아리를 타고 기어오르다가 새끼줄의 방향에 따라 땅으로 떨어지게 하며 새끼줄에 사는 바실러스 서브틸러스(Bacillus subtillis)가 다른 유해 미생물의 유입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숯은 탄소 환원작용으로 산화의 원인인 양이온을 흡착하고, 고추는 강력한 살균 작용도 하게 된다. 버선은 햇빛을 반사시켜 벌레나 구더기 등의 유입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게 되니 실로 ‘장 담그기’는 전통 생활 과학 요소가 곳곳에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위와 같이 우리의 전통 ‘장 담그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등재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전 세계 문화다양성을 보여주고 인류 창의성을 증명하는 데 기여”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 정부에서 이미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7호로 지정하여 “무형문화유산으로서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보호 조치가 구체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기준도 충족하고 있고 게다가 지금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장 담그기’에 문화 속에 있어 “공동체, 단체, 개인의 자유로운 동의에 기반한 광범위한 참여가 있을 것”이라는 기준에도 충분히 미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 ‘장 담그기’는 단순한 장류 식품을 만드는 조리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오래 그 명맥이 이어지면서 체계적으로 발달하면서 전해져 내려오는, 준비 과정부터 제조, 관리에 이르기까지 토속 신앙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철학적 의미와 더불어 슬기롭고 창의적인 생활 과학적인 요소까지 결합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의 등재 추진은 씨간장과 장독대로 대표되는 우리의 ‘장 담그기’라는 소중한 문화 유산을 물려받은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김언정 협회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경대 푸드스타일 겸임교수와 숙명여대 전통문화대학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식품메뉴개발, TV예능교양프로그램과 드라마 촬영에서 푸드디렉팅 업무를 진행했다. 사단법인 한국발효장류진흥협회 설립하여 회장으로 우리의 우수한 발효장류 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